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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웰다잉’(중)

죽음 직전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미워할 시간도 내겐 없어요"

마음건강길 편집팀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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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고령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하게 삶의 마무리를 짓자는 말이다. 죽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정현채 전 서울대 의대 교수가 쓴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책을 바탕으로 ‘웰 다잉’에 대한 기사를 상, 중, 하 시리즈로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08년 미국 배우 폴 뉴먼이 여든셋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폐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자, 중환자실 대신 집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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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의 삶의 방식은 좀 특별한 면이 있었다. 그는 생전에 요리를 좋아했는데 이런 사실을 잘 알던 친구가 식품 회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경영해 볼 것을 권했다. 친구의 조언에 따라 몸에 해로운 방부제나 첨가제를 쓰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제조한 스파게티 소스나 샐러드드레싱 등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해 첫 해에 상당히 큰 이익을 봤다. 

이후 그는 여기서 나온 수익금을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그 액수는 26년간 3000억원에 달했다. 특이한 것은 그의 운영방식이었다. 매년 12월에 대출금을 상환한 후 나머지를 자선기금으로 다 기부하고 새해가 되면 은행에서 새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운영했다. 또 아들이 마약 관련 사고로 숨지자 마약 퇴치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폴 뉴먼이 사망하고 미국 부고 기사에 이런 내용들이 실리자 많은 이들이 그가 참 훌륭한 삶을 살았고, 또 삶만큼이나 훌륭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전설적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1952년 발표한 <아키루>라는 영화가 있다.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50개가 넘는 상을 받았으며, 1997년에는 세계 10대 고전 명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청 말단과장인 주인공은 소화가 안돼 어느 날 병원에 가보니 위암 말기로 수술도 불가능하고 수명도 몇 달 안남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크게 낙심한 그는 평소 하지 않던 술과 도박에 잠시 빠져보기도 했으나 공허한 마음은 채울 수 없었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마지막 삶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나라도 끝마치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꺼져 가던 장작더미에서 반짝 불이 일 듯 기운을 차린 그는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미결 서류 더미 중에서 마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 담긴 민원서류 하나를 찾아냈다. 

그것은 비만 오면 커다란 물웅덩이로 변하고 파리가 들끓는 마을 공터를 어린이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진정서였는데, 7개 부서가 관여된 일인데다 그 누구도 성의껏 추진하려고 하지 않아 전혀 진척이 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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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직접 나섰고 그 과정에서 여러 부서의 냉대와 푸대접을 받았지만 그는 “누구를 미워할 시간도 내가 없다"라며 일에 매달렸고 결국 그의 노력과 집념으로 어린이 공원이 완공됐다. 공원 개장 전날 눈 내리는 날 밤 주인공은 공원 그네에 앉아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다 마침내 숨을 거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한 장면은 주인공이 퇴근길에 잠시 멈추어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저녁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걸 모르고 30년을 살아왔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이 없구나.…"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바람직한 죽음 문화 정착에 힘써 온 독일인 알폰스 데켄 신부는 이 영화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을 통해 주인공은 기쁨과 만족감을 느꼈고, 죽음과 직면함으로써 보다 바르게 살 수 있었다."

수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 본 완화의료 전문의 아이라 바이오크는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죽음 직전의 사람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라는 책을 통해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으로 다음 네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계속>

 

첫째, 사랑해요

둘째, 고마워요

셋째, 용서합니다. 용서해주세요

넷째,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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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채 교수 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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