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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놀멍쉬멍

유튜버들이 1위로 꼽은 호텔뷔페 체험기

“5성급 호텔에서 화장실에 갇히다”

김혜인 기자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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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익어가는 랍스터

 유튜브 덕에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사람들은 먹방을 통해 가보지 못한 식당에 대해 빠삭한 정보를 얻고, 방문 전에 꼭 알아야할 TIP들을 전수받는다.

몇 달 전, 미식가로 소문난 친구가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 위치한 ‘플레이버즈(FLAVORS)’를 극찬했다. 랍스터가 무제한이고, 즉석 음식이 많으며 직원들이 친절하다는 것이다. 가격을 알아보니 1인당 거의 15만원 선...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의식해서인지 평일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호텔 뷔페와 비슷한 10만원에 플레이버즈를 방문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두웠다. 아마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위한 조도(照度) 맞춤인 것 같다. 좌석 간격이 그리 빽빽하지 않았다. 게다가 천장이 약간 높은 편이라서 어두움에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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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직후 한산한 모습

 평일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미리 네이버 페이에서 결제를 마치고 와야 한다. 일주일 전쯤 예약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좌석 배치도를 제대로 보고 오지 않은 탓에 밖이 잘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편한 소파자리보다는 고속터미널에서 보이는 서울의 북적이는 야경을 보며 식사하는 것이 더 낭만적이었겠지만, 다음을 기약하리라.

일행들이 도착 전이라 먼저 음식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해산물 코너였다. 빨간 빛의 해산물이 신선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가져가기 편하게 모둠회와 참치를 썰어 정갈하게 접시에도 담아 놓았다. 주말 방문 시에는 참치 해체쇼도 진행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전복과 대게, 가리비 생굴 들이 있었는데 얼음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신선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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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쪽에는 고기 코너가 있다. LA갈비를 계속 구워주고, 양고기와 스테이크, 닭고기 등 다양한 고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워낙 LA갈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첫 접시로 LA갈비를 듬뿍 담았다. 지글지글 불판에 고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리로 걸어가면서 모두 먹을 수 있을 것같은 충동이 들었다.

음식 코너의 정중앙에는 랍스터가 익어가고 있었다. 쉴새없이 구워지는 랍스터는 익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받아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랍스터가 쌓여 있어서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었지만 사람이 좀 모이니 쉐프가 굽고 2개씩 배당을 해줬다. 하지만 워낙 많이 굽고 있고, 회전율도 빨라서 배가 부를만큼 많이 먹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는 즉석요리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오늘의 파스타 형식으로 리가토니 면과 페투치니 면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파스타는 당일에 한 종류만 운영한다. 내가 간 날은 리가토니 면으로 만든 아라비아따(매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드는 날이었다. 쉐프는 작은 후라이팬에 정성스럽게 소스를 볶고 삶은 면을 올려 나만의 요리로 완성시켜 주었다. 자리로 돌아가서 한 입을 먹는 순간, 일반 이태리 음식점에서 사먹은 만큼 수준급의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LA갈비는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고, 랍스터도 신선도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지만 이 파스타를 참 맛있게 먹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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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뜨거운 대게, 오른쪽은 차가운 대게

 뷔페에 가면 늘 체크사항이 있다. 대게가 따뜻한가? 차가운가? 너무 짜진 않은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저가(低價) 뷔페에 가면 대게는 차갑고 짜다. 게다가 대게가 아니라 홍게와 비슷한 이름 모를 게를 갖다 놓는다. 조금 더 가격대가 있는 뷔페에 가더라도 대게를 차게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 뷔페나 수준급 뷔페에 가면 차가운 게와 따뜻한 게가 모두 준비가 되어 있다. 손님의 기호에 맞게 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플레이버즈는 이전에 방문했던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 키친’처럼 차가운 게와 뜨거운 게가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심지어 간도 너무 짜지 않아서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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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무르익을 무렵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다. 볼 일을 보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없는 것이 아닌가? 문은 손잡이를 내려야지만 열리는 구조였다. 지인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10분이 되었을 무렵 지인이 화장실로 나를 찾으러 왔고 화장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화장실마다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5성급 호텔인데도 비상벨이 없었던 점이 의아했다. 만약 내가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밖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늘 핸드폰을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의 이런 상황을 홀을 책임지고 있는 담당자에게 말했다. 중년의 남성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상황 설명을 듣고 조치를 취했다. 사실 여러 호텔 뷔페와 와인 페어를 다녀봤지만 내가 만나본 담당자들 중에 가장 친절하고 확실한 응대를 해주었다. 전혀 당황스러워하지 않았으며 당시의 나의 불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주었다. 

호텔 뷔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곳이 익숙한 사람들도 있지만 기분 좋은 날 큰 맘먹고 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한 끼에 10만원을 지출하는 것은 아직 부담스럽다. 그런 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생기면 일반 음식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보다 더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임형철 담당자는 그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확실한 대처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약 그 날 내가 화장실에 갇혀있다 나왔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플레이버즈에 대해 안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갔을 것 같다. 하지만 임형철 담당자 덕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앞으로 대접할 일이 있거나, 기분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나는 플레이버즈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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