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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의 라이프코칭

횡단보도 하나 건너려고 걸린 10년

우울한 당신에게 필요한 '산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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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의 라이프 코칭 오늘은 저의 개인적인 사례입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 되었네요. 요즘 우울과 자존감의 저하,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조절의 어려움, 불면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심리코칭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한창 슈퍼우먼으로 살던 어느 날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참석한 심리상담 집단에서 산책을 하라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30분 정도 혼자 조용히 걸어보고, 그 느낌을 글로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것도 한 달이라는 마감 시간까지 스스로 정해놓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혼 여부를 한 달만에 결정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가슴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얹은 듯 답답했고, 시도 때도 없이 한숨만 흘러나왔습니다. 

그나마 일을 할 때는 잊은듯했으나 일을 하지 않는 오전 시간과 저녁 시간에는 극도로 우울한 감정과 무기력한 상태를 오갔습니다. 20대부터 40이 될 때까지 개인적인 욕구와 감정을 억누르며 사회적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며 살다보니 힘들어 하는 나를 돌보는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숙제로 받은 산책을 위해 휴대전화도 두고 혼자 집 앞 개천길을 걸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줄지어 서서 고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은은한 향기와 보드라운 꽃비가 동행해 주었습니다. 순간 서러움이 솟구쳤습니다. 그리고 이내 마음 깊은 곳에서 미안한 감정이 올라오더니 눈물이 났습니다. 

 

“아,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는데, 나는 이 길을 걷기 위해 10년이 더 걸렸구나." 

 

너무 바쁘게 살았습니다. 최우수 독서지도사로 살았던 시절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모든 우선순위가 운영하던 학원과 아이들에 가 있었습니다. 결국 삶의 균형을 잃었고, 가족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저 눈으로 보여지는 성과와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에 잠도 줄여가며 일에 몰입했습니다. 

크고 깊은 호흡을 하며 그 순간에 집중하자 살면서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이 올라왔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한평생처럼 깊은 숨이 흘러나왔습니다. ‘아, 숨이라는 것이 있었구나.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 동안 내가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살아 있는 것은 나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구나. 숨이 나를 살리고 있었구나.’ 

지금껏 세상에 태어난 이래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나를 살리고 있었던 ‘숨’이 너무나 감사해서 또 울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결론이 나지 않는 강등의 상황에서 ‘그만 죽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순간순간 올라왔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가장 중요한 생명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누군가 이렇게 살리고 있었구나. 슬프다고 함부로 죽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신께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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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위해 이렇게 아름다운 꽃 잔치를 매년 열었을 텐데 이제야 누리다니,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지금 여기, 눈앞에 있는 자연과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그 안에서 이분법적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며 이미 다 가진 ‘현존’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문제도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껏 애써 일궈온 삶을 꼭 움켜쥐고 조금이라도 변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을 높고 싶었던 반면 모두 움켜쥐고 싶었던 그 혼돈의 순간,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선택했습니다. 산책으로 제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경험을 한 것입니다. 

이후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애쓰며 유지하고 있던 일을 멈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애쓰는 삶과 자연스레 작별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요. 그리고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날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하며, 원하는 삶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저를 위해 조용히 걸었던 산책, 그 작은 선택에서부터 비롯했습니다. 

오랜 시간 몸과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고 억누르고 견디며 외면해온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에 밀려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무리한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역시 몸에 왜곡된 관심을 주었을 뿐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게 아닙니다. 가벼운 산책을 하며 굳어 있던 몸을 느끼고 마음의 소리를 느낄 수 있을 때 깊은 내면의 나와 만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코칭 Tip 

일 주일에 3일 하루 30분 산책을 권합니다. 호흡에 집중하며 주의를 밖에 두고, 만나는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봅니다.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가 살아온 시간을 느껴봅니다. 나무의 기둥과 가지, 잎을 있는 그대로 느껴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느낌에 공감해 봅니다.

 ‘아, 나에게 이런 생각, 감정, 느낌이 있구나.’ 

지금 여기 당신이 느끼는 것이 가장 옳습니다. 그리고 내일 다시 산책을 하며 달라진 것을 느껴보세요. 

내가 나의 생각, 감정, 느낌을 깊이 알아주고 공감하면 할수록 우리는 자존감이 회복되고, 우울과 감정조절, 스트레스 등도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을 낼 수 없을 때는 출 퇴근 시간을 활용하여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걷는 것도 좋습니다. 여유가 있다면 지나는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선택하여 걷는다면 익숙한 동네에서 새로운 경험과 통찰을 선물로 받게 될 거예요. 

 

*이 글은 <마음성장학교, 한겨레출판, 김은미지음>에 수록된 마음성장학교 기본 연습 중 ‘산책’에 실린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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