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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온 편지

약국에 내 약은 없는 이유

왜 내가 찾는 약은 항상 없을까?

황윤찬 약사  |  편집 김혜인 기자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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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의 반대는 가짜라고 합니다. 의약품분야에서는 이런 가짜를 두고 ‘제네릭 의약품’ 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엄밀히 말하는 우리가 말하는 가짜처럼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약의 특허가 만료되었거나 만료되기 전이라도 제형을 바꾸어 출시되는 제품을 뜻합니다. 약품은 화학적인 물질이고 화학적 구성이 동일하다면 약리작용 또한 동일합니다. 결국, 제네릭 의약품이라고 해서 거부감을 가지거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가짜약이 아닌 ‘카피약’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 예로 노바스크 라는 약이 있습니다. 화이자 제약에서 개발한 매우 유명한 혈압약입니다. ‘암로디핀’ 이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노바스크의 제네릭 의약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검색만 하더라도 약 50여개의 회사에서 같은 모양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만약 환자가 암로디핀이라는 약이 필요로 할 경우 50종류의 같은 약중에서 의사가 임의적으로 선택을 하여 처방합니다. 심지어 화이자 제약의 오리지널 약과 한국제약회사에서 카피해서 만든 약이 가격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리지널약이 조금 더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오리지널 약을 쓰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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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약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수많은 회사에서 이름을 다르게 하여 만들어 냅니다. 광고제품처럼 손님이 많이 찾는 경우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을 약국에서 다 구비해 놓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일반약의 경우 약사가 임의로 선택하게 됩니다.

혈압약만 보더라도 제네릭의약품이 수 십 종류 인데 진통제, 감기약, 알러지약 등등 일반약까지 따져보면 현존하는 약의 종류는 아마 수 천 수 만가지에 이르게 됩니다. 약국은 모든 약을 다 구비해 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인근 병원에서 이용하는 약품들만 구비해 놓습니다. 때문에 처방받은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약국을 들렀을 경우에 약이 없는 경우가 이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약이나 주사제의 가격을 자유가격방식이 아닌 가격규제방식(정부의 약가규제)를 도입하였기 때문에 외국에서처럼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방식이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진 않습니다. 같은 성분에도 수많은 상품명이 존재하니 환자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으나 정부의 약가 규제를 통해서 독점에 의한 약가 상승 등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특허의약품의 판매사라고 할지라도 다른제약회사 특허품의 제네릭의약품을 만듭니다. 이러한 카피약 시장은 경쟁에 의해 품질이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카피약이라고 해서 나쁘다거나 안좋다는 인식을 버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처에 바르는 연고가 두 종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것처럼, 이 점을 염두해 두고 비전문가의 추천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신뢰하며 현명한 의약품을 구매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ㅣ 황윤찬
약사로서 다년간 환자와의 조우, 경험을 통해 삶에서 느낀 철학과 가치를 유머와 위트로 전달하고 싶은 칼럼니스트.
약학대학 졸업후 부산여자대학교에서 약물학 시간강사를 지냈으며, 이후 부산대학교 로스쿨 진학을 했다. 현재는 휴학후 약국대표로 있다.
평소에 건강에 관심이 많으며 꾸준히 운동을 즐기고 있다. 친구들에게 운동을 추천하는 건강지키미로 불린다. 바디 피트니스 대회 '미스터 부산' 수상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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