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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3)

‘10분 아침식사’ 방식이 가져다 준 놀라운 변화

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는 ‘지금 &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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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식사 속도는 무척 빠르다.  

가난했던 옛날부터 내려오고 산업화 시절 강화돼온 ‘빨리 빨리’ 먹기 습관이 자동화 된 것이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출근길 바쁜 직장인들은 식탁에서 신문, TV, 전화, 이멜, SNS를 동시에 다루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작업을 수행하느라 아침밥은 뜨는 둥 마는 둥 한다.   

40대 직장인 성철씨도 얼마 전까지 그랬다. 식탁에 앉지도 않고 선 채 주스를 마신다. 토스트 한쪽에 잼을 발라 우적우적 입에 넣어 삼키고는 이어 계란부침을 통째로 입에 넣는다. 그러면서도 눈은 조간신문과 스마트 폰에 가 있다. 문자 발송도 한다. 이 모든 시간이 합쳐 3분도 되지 않는다.   

매일 이런 아침 식사의 반복이었다. 마음은 늘 급하고 조바심으로 가득했다. 시간은 언제나  긴박하고 쪼들렸다.   

결국 성철씨 위장에 이상신호가 왔다. 지난 달 정기건강검진에서 역류성 식도염, 만성위축성위염 판정이 나왔다. 담담의사는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높으니 식이습관도 고칠 겸  ‘건포도 먹기’ 강좌를 들어보라고 권했다. 

성철씨는 주말에 시간을 내 한시간 짜리 강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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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은 간단했다. 수강생들에게 건포도를 몇 개씩 나누어 준 뒤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소리 들어보고 맛보는 등 신체 오감을 통해 느끼고 관찰하면서 먹는 훈련이다. 목적은 오로지 ‘지금 여기(Here & Now)' 건포도 먹기에 집중하기. 

그러나 집중이 쉽지 않았다. 건포도를 관찰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들락날락 거렸으며 때로 마음이 아예 삼천포로 빠지기도 했다.  

성철씨는 건포도 먹기를 집에서 출근 전 아침 식사를 혼자 할 때 적용해 보았다. 

식탁에 천천히 앉는다. 

음식을 둘러보며 심호흡을 몇 차례 한다.   

음식의 모양을 살펴보고 냄새를 느껴본다.

아내가 정성스럽게 차려준 음식에 대해 고마움을 가져본다.  

이어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먹을 때 움직이는 팔, 손, 입, 혀 등의 움직임을 의식한다.  

음식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다.

빨리 삼키고 푼 생각이  굴뚝같지만  꾹 참고 30번을 씹고 삼킨다.  

음식이 식도를 넘어 위장으로 내려가는 전 과정을 느껴본다. 

이런 동작의 반복이다. 중간에 공상, 회고, 조급증, 회사 생각, 까먹고 있었던 일등 여러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지만 단지 흘려보낼 뿐 오직 식사에만 온 정신과 마음을 집중했다.  

식사 시간이 당초 3분에서 10분으로 늘어났다. 아무리 바빠도 ‘10분 아침 식사’는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늘 더부룩하던 배의 상태가 좋아졌다. 마음이 느긋하고 편안해졌다.  ‘지금 여기’에 대한 집중력도 늘어났다. 잔잔한 기쁨, 활기도 솟아났다.  

성철씨의 아침식사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 천천히, 둘째 30번 씹기, 셋째 ‘지금 여기’다. 

◇ ‘건포도 먹기’ 요령

건포도 먹기(건포도 명상)는 미 매사추세츠대학병원의 존 카밧진 교수가 개발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의 첫 시간에 배운다. 만성질병, 통증, 스트레스 환자들에게 적용해 큰 효과를 본 프로그램이다. 

핵심은 작은 건포도 한 알을 온 정신을 집중해 먹어보는 체험이다. 이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점은 이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이 있으면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 뒤 다시 건포도로 주의를 기울이며 건포도에 대한 신체 오감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 설명이 처음에는 잘 이해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건포도 먹기를 통해 우리의 일상 활동이 정신없이(mindless), 습관화된 자동조종(auto-pilot) 과정으로 대부분 이루어졌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산만한 마음을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네이버나 유튜브에 들어가 ‘건포도 먹기’,‘건포도 명상’을 치면 많은 자료가 나와 있다.  

 1단계: 보기

건포도 한 알을 손바닥 위에 놓는다. 마치 생전 처음 보는 물체인양 세심하게 살펴본다. 어떻게 생겼는가. 오돌 도돌한 표면은 어떤가. 어떤 색으로 보이는가. 손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보이는가. 빛에 비추어 보면 다르게 보이는가. 꼬불꼬불한 주름 구석구석까지 살펴본다.

2단계: 만지기

손가락으로 집어서 촉감을 느껴본다. 끈적거리는가. 매끄러운가. 무게는 어떤가. 누를 때 질감은 어떻게 변하나. 귀에 가까이 대고 손가락으로 비벼본다. 무슨 소리가 들리나. 

3단계: 냄새 맡기

코 밑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본다. 어떤 냄새인가? 아무 냄새가 없다면 ‘냄새 없음’을 알아차린다.

4단계: 입 안에 넣기

천천히 건포도를 입으로 가져가면서 넣을 준비를 한다. 손과 팔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아차린다. 건포도를 입 안에 넣는다. 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침이 나오는가. 혀 위에 건포도를 넣고 씹지는 말고 이러 저리 굴려본다. 어떤 변화를 느끼는가. 

5단계: 씹기

천천히 건포도를 깨물어 본다. 그리고 씹어본다. 어떤 맛이 나는가. 입안에 어떤 느낌이 퍼지는가. 계속 씹을 때의 질감의 변화가 느껴지는가. 삼키고 싶은 충동이 올라와도 참는다. 계속 천천히 씹으면서 건포도의 형태, 맛, 입 안의 변화를 관찰한다.

6단계: 삼키기

삼키고 싶은 충동이 계속 올라올 때 그 충동을 온전히 알아차림으로 경험해본다. 건포도를 삼키기 위해 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다. 건포도를 삼킨 뒤 목구멍, 식도를 지나 위장까지 내려가는 전 과정을 느껴본다. 

7단계: 남은 느낌 느끼기

먹은 다음의 느낌은 어떤가. 위 속은. 입 안에 남아 있는 맛은 어떤가. 또 먹고 싶은가…

※ 실천하기 

- 틈틈이 건포도 먹기를 연습해 본다
- 이런 먹기 태도를 일반 식사 때도 적용해본다
- 음료수나 차를 마실 때, 스낵이나 간식을 들 때도 시도해본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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