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캐나다 앨버타대학 명상방에서 겪은 잊지못할 체험

평화, 황홀감, 순수의식, 깨달음...

윤종모 주교  2020-01-15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shutterstock_311457725.jpg

나는 가끔 대학원이나 학회 그리고 각종 연구 단체 등에서 명상 강의를 요청받아 명상에 대한 소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이 묻는 질문 중에 하나는 내가 명상 중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가 하는 나의 명상 경험에 대한 것이었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캐나다 에드몬톤에 있는 앨버타대학의 계절대학원에서 영성상담을 공부하기 위해 5년 동안 매해 1월에 에드몬톤에 들렀다. 에드몬톤에 머무는 동안 나는 성공회의 한 피정 수녀원에서 기거했는데, 에드몬톤의 겨울은 영하 20도에서 40도의 매우 추운 날씨여서 나는 세미나가 없는 날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수녀원에서 보냈다.

수녀원의 방에서만 종일 빈둥거리는 것이 지루해진 나는 어느 날 기다란 건물의 북쪽 끝 쪽에서 명상방(Meditation Room)을 발견했다. 그 명상방은 두서너 평 되는 좁은 공간인데, 기다란 의자가 벽 쪽에 하나 놓여 있고, 양 옆으로는 화분들이 놓여 있었으며, 앞면은 벽 전체가 하나의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통유리 앞으로는 하얀 눈으로 덮인 초원이 끝도 없이 길게 뻗어 있었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명상방을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이후로 명상방은 내가 거의 독차지하는 공간이 되었다. 나는 명상에 관심도 많았고 이론도 조금은 알고 있었으나, 참된 의미에서 말하면 나는 그때까지는 명상에 관해서 거의 아무 것도 몰랐다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명상을 머리의 차원에서 이론으로 아는 것과 가슴의 차원에서 즐기는 것은 매우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명상방에서 했던 경험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shutterstock_562155895.jpg

첫째, 신체적으로는 두통과 가슴이 뛰는 증상이 사라지고, 정신적으로는 한없는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추운 날씨에다가 세미나며 숙제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늘 가슴이 뛰고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굳어 무거웠는데, 명상방에 머무는 동안 그런 증세는 조금씩 조금씩 약해지다가 마침내는 완전히 씻은 듯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한없는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마음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둘째, 가끔 어떤 황홀감을 느끼곤 했다. 

돌고래와 파도소리, 숲속의 곤충과 새와 바람소리가 들리는 테이프를 들으며, 예수와 돌고래와 함께 깊은 바다 속을 헤엄쳐보기도 하고 숲속을 함께 거닐면서 자아를 초월한 어떤 경지에서 황홀한 기쁨을 맛보았다.

셋째, 순수의식으로 사물을 보는 경험을 했다. 

순수의식으로 나 자신을 보고, 나의 신앙을 보고, 특히 삶과 죽음의 본질을 보았다.

넷째, 순간순간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면 나 자신이 그만큼 성장하는 것 같고, 치유도 경험했다.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담백한 기쁨을 세상의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관점에서 명상의 본질은 기쁨과 성장과 치유라고 생각한다. 두통과 불안이 사라지는 것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도, 사물의 본질을 볼 수 있는 것도,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도, 초월 상태에서 절정경험을 맛보는 것도 사실은 모두 성장과 치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사과는 먹어봐야 제 맛이듯이 명상은 실제로 하면서 즐겨야 제 맛이다.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