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올해는 당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벗는 방법을 찾으세요”

스타들의 잇따른 “우울증-공황장애”고백

우울증이 대세다. 최근에는 10-20대 젊은이들 간에도 크게 늘고 있다. 20대의 우울증 고백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에세이’가 지난 2년간 베스트셀러로 큰 관심을 모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전체 우울증 환자 수는 68만3000명.

이 중 10대가 3만8000명으로 4년 전에 비해 65%나 늘었다. 20대는 9만4000명으로 77%나 늘어났다. 

특히 인기 정상의 젊은 연예인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이돌 출신 연예인 설리와 구하라의 자살이 그렇다. 

shutterstock_1539438125.jpg

최근에는 우울증 경험을 터 넣고 얘기하는 셀럽(유명인)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주위에서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이런 유명인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편견이 깨지고 있다. 기피하던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서울 상암동 YTN홀. YTN 라디오가 주최한 고(故) 임세원 교수 1주기 추모 콘서트 현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재직중이던 임교수는 올 연초 진료 중 정신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이 날 초청가수로 나온 이은미는 국민 애창곡 ‘애인 있어요’를 부르기 전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예전에 꽤 고통스런 시간을 4년 반 정도 겪었기 때문에 마음의 병이 얼마나 무서운 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다 타 버린 느낌,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고통스러웠고, 다시 무대에 설 때까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htk.JPG
왼쪽부터 강다니엘, 현아, 태연

 지난 6월 걸그룹 소녀시대 소속가수 태연(30)은 SNS로 팬들과 대화하던 도중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약물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고, 나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 포미닛 출신 현아(27)도 지난 달 인스타그램에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썼다. 그는 “2016년 병원 가서야 알게 됐는데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2주에 한번 꾸준히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워낙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워너원 출신의 강다니엘(23)은 올 상반기부터 잦은 건강 악화와 심리적 불안 증세로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현재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톱스타들의 우울증 내지 공황장애 고백은 2010년 전후부터 본격화됐다. 개그맨 이경규와 김구라를 필두로 배우 이병헌, 차태현, 장나라, 김하늘, 류승수, 가수 이상민, 김장훈, 개그맨 정현돈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 대중 스타들은 엄청난 심리노동자다. 늘 밝게 웃고 겸손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산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shutterstock_1028356621.jpg

전문가들은 이들  인기 스타들의 우울증 밑바닥에 일종의 소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이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자기 일에 몰두하다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소진을 이렇게 설명한다. 

“힘들고 지친 상황인 데다가 직업적으로 감정 억제를 오래 하다 보면 ‘감정의 마비’가 온다. 이 상태가 일상으로 이어지면 결국 문제가 된다. 때로는 쓰고 있는 가면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그 가면을 벗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다. 번아웃 신드롬은 21세기 지구촌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 특히 성과주의 문화 속에 노동 강도가 높고 행복 지수가 낮은 한국인들에게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느리고 여유 있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사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좀 쉬고, 자신을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