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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할 때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이국종 박사가 우울증과 싸우는 법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은 최근 “나는 항상 우울하다, 그래도 그냥 버틴다"고 말했다. 일종의 우울증 고백인데 얼마전 자신의 우울증 편력과 투쟁 이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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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뉴스 캡쳐

 다음은 그의 고백록 중 일부.

“ 인생 여정의 99%가 비극의 연속이라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인생은 비극으로 종료된다. 인생은 어차피 실패에 가까운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그게 인생이다. 

2004년 브라이언 올굿 주한(駐韓) 미 육군 의무사령관(대령)이 한국을 떠난 뒤 이라크에서 전사했다. 올굿 대령이 가장 많이 쓴 말이 ‘It is what it is’였다. 번역하자면 ‘그렇고 그렇다.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훌훌 털고 넘어가자’는 뜻이라고 할까.  

(의역하면 ‘뭐 어쩌겠어’ 또는 ‘그럴 수도 있지’ ‘다 그런 거지’라고 할 수 있다/편집자 주)

2008년 영국 로열런던병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극도의 우울함을 넘어 마치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고, 구토가 올라왔다. 자주 화장실에 들락거렸으며 멍하니 딴생각 하며 걷다가 자꾸 부딪치거나 발을 헛디뎠다. 

친구가 권한 항(抗)우울제는 효과가 없었다. 암을 치료하려면 병의 뿌리를 날려버려야 한다. 원인이 있는 상태에서 대증요법과 같은 약물치료만 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정신과 후배가 정신분석 결과지와 나를 번갈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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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요즘에 많이 우울하세요? 검사 결과가 좀…." 

밀려드는 중증외상환자에 치여 지내면서 약 먹을 시간도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되는 각종 외압에 난 계속 우울했지만 그냥 최대한 우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담배를 끊지 못했다. 오직 음악이 휴식공간이 되었고 야구에 빠져 지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편안해하는 것이 최소 한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난 철저히 그런 것에 의지해 견뎠다. 직장에서 밥벌이하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주변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우울해질 수는 없었다.  

남의 인생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매우 행복하며 멋지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이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결국 우울한 종말이 찾아온다. 

구내식당의 점심 반찬이 잘 나온 것과 같은 사소한 일에라도 행복을 느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겸손한 마음으로 소소한 즐거움과 같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가야 우울증을 간신히 견디기라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남들도 다 힘들다’를 생각하고 인생이 ‘그렇고 그렇다(It is what it is)’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울함도 감소한다. "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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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우울한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It is what it is’(다, 그런거지)의 태도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의 자세이자, 긍정심리에서 자주 활용되는 문구다. 

김정호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마음챙김+ 긍정심리 훈련’(MPPT)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이교수의 태도와 매우 비슷하다.

 


복잡한 세상사에서 겪는 우리의 경험은 따지고 보면 나쁜 경험(스트레스)과 좋은 경험(웰빙) 두가지다. 그걸 우리 내면에서 조절하기 위해 우리는 요가-바디스캔-정좌-생활 등을 통한 마음챙김 명상을 공부하고 덧붙여 긍정심리 및 자비명상을 배운다. 오늘 이야기는 웰빙 인지(認知).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만드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담담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반대로 생각해 문제를 키우는 수가 많다. 웰빙 인지(認知)는 그런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 생각을 통해 역으로 제압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주 불쾌한 일을 당했다고 보자. 이때 스스로 ‘그럴 수도 있지’, ‘별 일 아냐’, ‘내버려둬’ 식의 말을 떠올려보고 그런 상황을 상상해보라.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생각해보거나 작은 소리로 말해 보면 그 불쾌한 감정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웰빙인지 기법은 인지(認知·생각)의 변화를 통해 경험의 변화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좋은 생각을 하면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실제 부딪힌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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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 함영준 지음

 다만 웰빙인지 기법은 잘못된 사고방식을 찾아서 고치는 방식보다 평소에 웰빙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인지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고 당신에게 힘을 주는 그런 구절들을 찾아보라.

많은 사람들이 힘들 때 떠올리는 구절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있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 문장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를 전해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이나 불경귀절, 또는 소설의 한마디 등도 잘 적어 간직해 다니다가 자주 음미해본다. 그것이 웰빙인지다. 

웰빙 증진에 대표적인 태도는 받아들임(acceptance)이다. ‘그럴 수도 있다’, ‘별 일 아니다’, ‘이것이 더 좋을 수 있다’가 대표적인 받아들임의 웰빙인지다. ‘이런 날도 있다’도 좋다. 이런 식의 생각을 되뇌어 보면 어느새 마음이 열리고 대범해짐을 느낄 날이 온다.

웰빙에 주의(attention)를 보내주는 대표적인 웰빙인지는 ‘범사에 감사하라’,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등이다. ‘범사에 감사하라,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성경 구절도 대표적이다.  이런 생각이 활성화되면 마치 튼튼히 잘 지은 집같이 더위, 추위, 강풍은 물론 웬만한 지진에도 꿈쩍 않는 내적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웰빙인지가 더 적극적으로 작용하면 지금 닥치는 불행이나 재난에서 ‘이번 일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성장 동기를 찾는 태도로까지 발전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 고진감래(苦盡甘來)란 문구가 대표적이다. 이런 웰빙인지의 태도는 당신이 인생에 닥치는 어떤 시련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게 해주고, 어쩌면 복으로 바뀔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모든 고통은 다 의미가 있다. 어떤 일을 겪든 해석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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