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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의 마음 디톡스 (2)

직장인 지영씨의 세면실 아침 출근 준비

'10분 완성' 내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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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직장인 지영씨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 출근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일어나 욕실로 간다. 

세면대 위 거울에 보이는 나의 부스스한 모습, 피곤에 쩌 든 모습… 상쾌한 아침이기는커녕 늘 머릿속이 온갖 생각들로 엉켜 시작한다. 

이따 10시 예정인 부서 회의자료 마무리, 결재서류 만들어야 하고 오후에는 외부 미팅, 또  그 이후에는… . 

게다가 함께 일하는 고참 대리의 잔소리, 과장님의 업무 떠넘김, 부장님의 실없는 농담… . 점심시간마저 혼자 쉴 수 없이 같이 마주봐야 하는 것에 짜증이 솟는다.  

그래도 난 싱글이라 괜찮은 편이다. 아이 키우며 회사 다니는 선배 워킹 맘들은 얼마나 힘들까.… 

세면대 앞에 선 짧은 몇 초 동안에 이런 생각들이 순식간에 명멸하고 지나간다. 마음 한구석에선 도대체 인생을 이렇게 피곤하게 살 이유가 있느냐고 질문하고 있다. 

양치질 하는 속도가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괜히 가슴 한구석에서 불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저 대충대충 양치질과 세수, 그리고 머리 매무시를 바로 잡고 나온다. " 

 바로 이것이 지영씨를 포함한 요즘 직장인 대부분의 아침 풍경이다.

양치질이나 세수 같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이고 간단한 일에도 제대로 정신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살아간다. 몸 따로, 생각 따로.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정신없이(mindless) 살아가고 있다. 

생각과 공상이 계속 번갈아 교차한다. 대부분의 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행하고 있고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자동조종(auto-pilot)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지영씨 같이 바쁜 입장이 아닌데도 아침마다 조바심이 들며 매사 빨리 빨리 해치우려는 경향이 남아 있다. 딴 생각을 하면서 면도, 양치질, 세수, 샤워를 일사천리로 해낸다. 이것은 오랜 습관의 결과다. 나의 신체·정신은 이렇게 패턴화 돼 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이런 ‘자동조종 상태’를 빨리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다. 

아침마다 나는 샤워를 한다. 샤워를 하다 보면 금새 딴 생각으로 빠져버린다. 빨리 샤워를 끝내고 해야 할 일이 많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손이 빨라진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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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또 정신없이 사네. 

또다시 마음 속 지령이 나온다.

‘마음 차렷! 지금 여기(here & now)에 집중!'

순간 건성건성 샤워하던 나의 움직임은 느려지고 잡념 대신 샤워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촉감이 인식되기 시작한다. 

따듯한 물이 전신을 훑으며 지나갈 때 느껴지는 안온함. 머리, 얼굴을 비롯 온 몸에 비누칠을 할 때 내 동작의 움직임, 그리고 그것과 닿는 피부의 느낌에 정신이 집중된다. 나의 마음은 오로지 이 샤워실내 내 몸과 물, 그리고 비누칠에 집중돼 있다. 

마지막으로 찬 물로 몸 전체를 다시 한번 샤워한다. 차가움에 신체 감각들이 갑자기 긴장하면서 반응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렇게 5분 정도 온전하게 샤워를 한 뒤 밖으로 나와 타월로 몸을 닦는다. 이어서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간단히 스킨로션을 얼굴에 바른 후 욕실을 빠져 나온다. 이렇게 동작 하나하나에 마음을 집중하면 딴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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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잡다했던 머리는 개운해지고 마음도 안정을 되찾는다.
바로 이것이 ‘지금 여기’에 사는 법이요, mindless(정신없는)에 반대되는 mindful(정신차린) 삶이다. 

혹자는 이렇게 일상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면 더 힘들고 스트레스 받지 않느냐고 묻는다.

No!.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할 때 마음이 쉰다. 번잡한 생각은 사라지고 나가놀던 산만한 마음은 제 자리를 찾는다. 에너지 소모가 확 줄어든다. 우리 뇌 속에서 ‘전투 모드’의 교감신경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평화 모드’의 부교감신경이 지휘권을 잡게 된다. 

산만한 마음을 바로 잡는 법은 여러 가지다. 흔히 생각의 생각을 통해 해결하려고 들거나 아니면 산만한 마음 자체를 억누르려고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 마음은 정면대결을 통해선 좀처럼 이겨내기 어렵다. 

대신 우회적 방법을 사용한다. 심호흡을 한다거나, 이처럼 ‘지금 여기’ 하는 일에 마음을 집중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에 희망을 품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매 순간 현재 일어나는 것을
통찰력을 갖고 보라.

굳세게 흔들림 없이
이것을 알고 이것을 확신하라.

     - 경전 ‘지복한 하룻밤(One Fortunate Attachment)'에서

◇세면실에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법

1. 면도할 때는 면도, 양치질 할 때는 양치질, 세수할 때는 세수, 샤워할 때는 샤워, 화장 할 때는 화장에만 마음을 집중하라 

2. 중간에 다른 생각이 들면 ‘아 다른 생각을 했구나’ 알아차리고 지금 동작에 다시 주의를 집중한다. 
   * 이때 ‘왜 나는 집중을 잘 못하지’하고 자기비판을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오히려
     ‘잘 알아차렸네’라고 자신을 격려하고 다시 지금 여기에 집중한다.   

3. 가끔 내가 몸과 호흡의 상태에 귀를 기울여보라. 
   * 몸의 특정 부위에 통증이 오면 이상이 있다는 징후이며, 쓸데없이 숨이 가빠지면
     의도적으로 천천히 숨을 쉬도록 유도한다. 

4. 이런 식으로 세수하는 전 과정을 알아차림하라.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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