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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잘 살기 (12)

“넘어져도 쓰레기통 곁에만 넘어지면 된다”

김진홍 목사의 넝마주의 근성과 야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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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목사 / 사진 = 월간 조선

 

도시 빈민촌 선교로 유명한 김진홍 목사(두레공동체 운동본부 대표)는 1970년대초 서울 청계천 빈민촌에 들어가 교회를 세우고 마을 청년들과 넝마주이를 했다. 넝마주이 대장(왕초)를 몇 년 하고 나니 소위 넝마주이 ‘근성(일본말로 곤조)’이 몸에 배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넘어져도 쓰레기통 곁에만 넘어지면 된다!"

넘어진 걸음에 쉬어간다고 쓰레기통을 뒤져 쓸 만한 물건들을 건져내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넝마주의 ‘근성’을 몸에 익히게 되면 어떤 일도 두렵지 않고, 어떤 악조건에서도 오뚜기처럼 일어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김목사는 바로 이 근성을 가지고 이후 40여년 목회 생활 동안 갖가지 시련을 견뎌냈고 지금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저력을 체득했다. 김목사는 이를 ‘야인정신(野人精神)’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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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인들은 야인정신이 있어 과거 어려움을 극복해 냈다. 그러나 막상 풍요로운 세상이 되니 야인정신이 없어져 비실비실 거리고 있다. 과거의 상처나 실패에서 아직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들, 회사를 그만두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자식?배우자와의 관계에 고민하는 이들, 노후 생활에 턱없이 부족한  통장잔고를  보고 한숨짓는 은퇴자들.

지금 우리는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작은 일에도 힘들어하고, 괜찮은 여건 하에서도 포기하려고 든다. 그리고 모두 어려움만을 이야기한다. 지난 30년, 50년 전의 힘들었던 삶은 까맣게 잊고 말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요즘 우울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고 특히 중장년층 이상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어떤 의사는  이를 퇴행성관절염에 비유해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 무릎 연골이 달아 없어지면서 통증이 오고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한다. 등산가나 마라토너처럼 다리를 많이 쓴 사람들에게 빨리 온다. 마찬가지로 세파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살다보면 나이가 들면서 뇌에 세로토닌 공급이 제대로 안돼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세로토닌(serotonin)은 뇌 속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분을 좋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엔돌핀이 손흥민이 한골 넣을 때 나와 굉장한 쾌감과 흥분을 주는 호르몬이라면, 세로토닌은 잔잔한 평온함과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이것이 결핍되면 수면부족, 만성피로, 우울증, 자살로 이어진다. 

사실 한국의 어른들은 힘들게 살아왔다. 가난, 전쟁, 독재를 겪으며 무한 생존경쟁사회에서 오직 ‘빨리빨리’를 외치고 앞만 바라보고 죽자고 달려왔다. 그러다보니 무릎이 고장난 마라토너들처럼, 뇌가 스트레스속에 찌들고 세로토닌 공급도 안돼 고장나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더 심하다고 한다. 그만큼 더 고생을 많이 해온 세대들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 앉겠다는 말인가. 모처럼 멈춰 서서 가쁜 숨을 가다듬고 과거를 돌아보고 다가올 수십년 미래의 자기 행복과 자아 실현을 구상해야 할 시점에 말이다.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계속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으로 이어진다. 매사 삐딱하게 보면 실제 모든 것이 그렇게 되어 버린다. 늘 불행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행복이 찾아오겠는가.

결국 어느 광고 카피처럼 ‘생각대로 되는’ 게 인생이다. 

 


10전11기 인생인 링컨 이야기로 돌아가자. 당신은 링컨처럼 지지리 가난한 데서 자라고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했는가
당신은 링컨처럼 못된 아버지를 두고 평생 힘들어했는가.
당신은 어머니, 누나, 애인 등 사랑하는 사람마다 일찍 여위는 슬픔을 당한 적이 있는가.
당신은 링컨처럼 용모가 이상해 놀림을 받은 적이 있는가
당신은 하는 일마다 족족 실패해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아내로부터 매일 핍박당하고 무시당하면서 살아왔는가
당신은 어린 자식들마저 일찍 사별하는 비극을 당한 적이 있는가
당신은 선거에 나가 연속해서 4번씩 떨어져 버린 경험이 있는가
당신은 평생 우울증으로 고생해 왔는가.


 링컨은 그런 악조건 하에서도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만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네 같은 범인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일어나 도전한다면 적어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외치며 좋은 아빠, 엄마, 벗, 이웃, 사람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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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리한 조건들을 뛰어넘으려고 애쓸 때 아름답게 보인다. 그래서 링컨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실패와 역경은 인간을 강인하게 만든다. 그래서 링컨은 위대한 대통령이 됐다.  

지금 당신의 인생이 암흑인가.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 바닥을 치면 더 추락할 게 없다. 오직 오를 길만 남아 있다.


열두번째 기억하기

바닥을 치면 오를 길만 남아 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올해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내려올 때 보인다>,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오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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