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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모 주교의 명상 칼럼

의미요법과 명상

고난과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기법

윤종모 주교  |  편집 김혜인 기자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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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

 의미요법(logotherapy)으로 유명한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은 독일의 정신과 의사였다. 그러나 그는 히틀러의 나치 시대에 유대인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수용소에 수감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그는 매우 특별한 한 여인을 만났다.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모두 죽음의 공포 속에서 제 정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데, 이 여인은 저녁식사 후에 주어지는 짧은 휴식 시간에 조그만 빈 공터에 서 있는 나무 밑에서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소녀처럼 맑고 평온한 얼굴을 하고 나무와 새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 것이었다.

프랭클은 처음에는 그녀가 공포에 질려 정신이 좀 이상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을 두고 자세히 살펴보아도 그녀의 얼굴은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평온한 얼굴이었다.

프랭클은 매우 기이하게 생각하여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그는 기회를 만들어 그녀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어떻게 이런 평온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나를 이처럼 혼나게 한 운명에 감사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전의 부르주아적 생활에서 너무 안일하게 살아오면서 진정한 의미의 정신적인 소망을 추구하지 못했는데, 이처럼 혼나면서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이 여인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했는데, 그때 그녀가 발견한 삶의 의미는 일종의 영성적인 깨달음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깨달음으로 그녀는 끔직하고 무섭고 잔인한 나치 수용소의 치욕스러운 생활에서도 고통을 극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의미에 대한 깨달음은 하나의 알아차림인 동시에 하나의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예수의 가르침도 결국은 하나의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며, 어떤 사물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사람은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할 때 걱정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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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모든 것은 사실 명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현상 너머의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일, 의미를 발견한 결과 걱정과 고통, 두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선택하여 치유를 경험하는 일은 모두 명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인 것이다.

예수의 가르침과 붓다의 가르침도 좀 더 진지하게 살펴보면 결국 모든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라는 것이었다. 정신과 의사인 프랭클은 이것을 심리학적인 차원에서 성찰하여 의미요법이라고 이름붙인 것일 뿐이다.

프랭클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가치에는 3종류가 있다고 했는데, 창조적 가치, 태도적 가치, 경험적 가치 등이 그것들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실존적 공허감(existential  vacuum)을 느끼게 되고,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이 말한 ‘쓸쓸한 내 영혼의 11월’을 경험하게 된다. 

명상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여 ‘쓸쓸한 내 영혼의 11월’을 극복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다.


글ㅣ 윤종모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을 지냈다. 신학생 때부터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 20여 년 전 캐나다의 한 성공회 수녀원에 머물며 명상의 참맛을 느끼고 지금까지 치유 명상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명상 초심자와 수련자를 위한 책 '치유명상 5단계'(동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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