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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의 심리상담 체험기

(3) 아빠가 좋으면서 어려운 이유는?

가족에 대한 애증은 내가 선택한 감정이다

김혜인 기자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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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은퇴후 시골로 내려가 가꾸시는 사과 과수원

아빠는 엄했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빠였다. 아빠는 가정적이고 우리에게 헌신적이었지만 난 항상 아빠가 불편했다. 특히 아빠는 동생보다 나에게 더 엄격했다.

“네가 언제나 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해."

아빠는 나의 행동이 동생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가끔 동생이 무언가를 잘못하면 아빠는 나를 불렀다. 네가 동생을 잘 타이르고 잘 이끌어야 한다고.

늘 궁금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내가 혼날까?' 하지만 묻지 못했다. 아빠가 동생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일을 해도 동생은 어리고 돌봐줘야 할 막내고 나는 아빠 성에 안 차는 못마땅한 첫째였다.

심리 상담 중에 가족 관계도를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상담 선생님은 부모님의 형제 관계와 살아온 환경에 관해 내게 물었다. 나의 뿌리를 관찰해 현재의 나를 이해하도록 돕는 기법이다.

나는 내가 아는 한 우리 부모님 가족사에 대해 얘기를 했다. 선생님은 빙그레 미소를 띄우며 내 말을 경청했다. 나는 아빠가 왜 내게 유독 엄격했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 추측한 이야기를 말했다.   

나는 선생님이 그린 가계도를 보며 지금까지 몰랐던 부모님의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착하고 사려 깊은 엄마, 정직하고 올곧은 아빠. 모두 그들의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성격이었다. 그것이 나와 동생에게 투영되고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다.

“이제 아빠를 어떻게 생각해요?"

단순한 질문이었다. 아빠를 존경하며 사랑한다는 대답과 함께 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새 아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시원하게 울고 나니 복합적인 감정들이 정리됐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미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양가감정(兩價感情)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것. 평생의 물음표가 지워지는 날이었다.

삶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나의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빠는 아빠 방식으로 자식을 사랑했다. 그 사랑을 내 시선으로 해석하고 섭섭해한 건 나 자신이었다. 서운함과 어려움은 결국 내가 만든 이미지다. 섭섭함도 감사함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감정이라면 나는 아빠를 고마운 사람으로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