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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의 걷기명상

걷기명상의 요소(6) 언제

집중하는데는 새벽이 최고...귀가길 걷기도 효과 충분

사진 김종우 교수  |  편집 홍헌표 기자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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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명상은 명상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을 지속할 수 있는 명상법이다. 걷기 명상의 7가지 요소를 시리즈로 나눠서 소개한다.

 (1) 속도 - 호흡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발견한다.
(2) 자세 - 제대로 걷기
(3) 장소 - 처음에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나간다.
(4) 시간 - 그래도 한두 시간은 걸어야 하지 않을까?
(5) 동행 - 혼자서도 충분, 너무 많이는 글쎄~
(6) 언제 - 틈이 난다면 언제든. 온전히 걷기에 빠지기 위해서는 새벽이!
(7) 복장 - 걷기 명상에 적합한 신발과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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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걷는 게 좋을까

불안 장애 환자가 찾아왔다. 지난 2주간 치료를 통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시도 때도 없이 빨라지는 것은 잡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갑작스런 불안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이제 그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할 일이 없는 경우에 이런 생각들이 밀려오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오전을 보내고 만다. 이렇게 아무 것도 하는 게 없이 오로지 불안한 생각만으로 꼼짝하지 못하는 환자분께는 이런 권유를 한다. “밖으로 나가서 무조건 걸으세요. 일단 걸으면 최소한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어떤 일을 마무리한 후 다음 일이 있기 전, 움직이지 않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불안이 밀려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 이런 저런 생각만 많아지는 바로 그 시간, 대부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각을 채운다. 그리고 그 생각이 여러 기억들을 엮어 가면서 점점 더 힘든 상황으로 빠져 들어간다. 몸과 마음이 약해져 가는 시기에는 그런 상황이 더 쉽게 나타난다.
정년 퇴직 후 만나는 자유로움과 우울의 시간
 
그동안 살아왔던 일반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리고 그 리듬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우리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우울증에 취약하다고 하는 중년에 이런 현상은 뚜렷하다. 정년 퇴직 후 만난 자유로움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심지어 몇 주만에 그 공백이 힘들게 느껴진다. 그동안 무엇인가 했는데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는 시간이 찾아왔다. ‘빈 둥지 증후군’처럼 정작 그동안 자녀와 남편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다가 자녀들은 학교나 직장으로 떠나는 시점, 일은 줄어들었지만 도리어 힘이 든다. 무엇인가를 하면서 피곤했을 때 보다 무엇도 할 것이 없는 그 시간이 더 힘이 든다.
바로 그런 진공의 시간을 만났을 때가 바로 걸어야 할 때다. 걷기로 다시금 자신의 리듬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 비로소 순수한 진짜 자신의 리듬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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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안정되는 시간은 15분
순간적으로 화가 나는 시간은 3초, 인체 내의 호르몬이 변화하는 것은 15초다. 그것이 안정화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15분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의 리듬이 깨졌다면 다시 자신의 리듬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이렇게 15분이 걸린다.
이 15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 마음을 둘 수 있는가? 15분의 시간 동안 호흡에 집중하여 명상을 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무엇엔가 집중하는 것은 정작 그런 상황에서 어렵다. 그래서 생각보다는 행동이 필요하고, 특히 자신의 리듬을 찾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걷기다. 다시금 안정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걷기를 해야 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진공의 빈 시간, 혹 스트레스로 꽉 찬 시간. 바로 걸어야 할 위급상황이다.
위와 같은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언제 걸을 것인가? 오로지 걷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인가? 걷기를 일상화한다면 어느 때가 좋은가? 물론 그 시간은 본인이 찾아야 한다.
김종우의 걷기 명상 2번째 칼럼 ‘내가 새벽 산책을 가장 좋아 하는 이유’ 참조
http://mindgil.com/client/board/view.asp?fcd=F1011&nNewsNumb=20190267715&nCate=C01&nCateM=M1002
도심이건 자연이건 걷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이다. 걷기에 집중하면서도 자신의 오감을 깨울 수 있는 시간이다. 자연에서 새벽 걷기를 하면 자연의 소리와 색깔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침에 해가 뜨는 무렵의 자연의 색을 관찰해 본다. 아마도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사람들은 그 색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 것이다. 해 뜨는 순간의 색이 가장 아름답다다는 것을. 그리고 새벽에는 모든 자연의 소리를 여과 없이 들을 수 있다. 여러 자극들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도심 새벽 역시 도심의 민낯을 접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특히 공원이 활기차다. 새벽 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은 생기가 넘친다. 공원이 아니라 출근길의 옆 카페에서도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생기 자체다. 내가 걷지 않고, 단지 그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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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든 귀가길이든 "걷기는 항상 옳다"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역시 걷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이제 쉬러 집으로 오는 시간이다. 일을 하는 동안의 긴장감으로부터 충분히 벗어난다. 그래서 걸으면서 호흡을 길게, 그것도 내쉬는 숨을 갈게 하면서 작정하고 이완 상태를 만들어 본다.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긴장이 줄어드는 것을 느껴본다. 직장에서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편안하고 안정된 집으로 귀환을 하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걷기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걸음이 되기도 한다. 그날 약속한 하루 만보 혹은 만 오천보 걷기에 부족한 걸음 수를 채우는 것이다. 그래서 30분, 혹은 40분의 시간을 걷기에 투자하여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간다. 
걷기는 언제든 할 수 있다. 일단 마음을 먹고 문 밖을 나가면 굳이, 억지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연에, 생기에, 그 무언가에 끌려 걸을 수 있게 된다.
사진ㅣ 김종우
한의학과 정신의학, 명상과 기공을 통해 분노와 우울, 불안 등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화병 전문가(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다.경희대학교한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방신경정신과학회, 한국명상학회, 대한스트레스학회, 한국통합의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명상전문가, 여행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명상과 여행을 함께하는 걷기 여행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저서로 <홧병><마음을 치유하는 한의학 정신요법><화병으로부터의 해방><마흔 넘어 걷기 여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