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으며 마음 치유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아트 테라피

글·사진 명지예 기자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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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미술관들은 소개 글에 을 강조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선전 구호는 '우리 삶을 바꾸는 마음을 가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구호는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은 삶이 됩니다'이다.

미술과 우리의 삶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술 작품 관람이 마음 치유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한국조형교육학회에서 2015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작품 감상은 상상력과 다양한 감정을 자극해 감정 지각과 객관화에 영향을 준다. 같은 해 실시된 다른 연구는 미술 감상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작품에 투영함으로써 자신을 통찰하고 자아성장을 경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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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여인의 향기展' 포토존 

최근 이러한 미술의 치유 요소를 극대화하는 전시가 자주 열린다. 본다빈치 뮤지엄에서 1년 째 전시 중인 르누아르: 여인의 향기예술을 통해 정서를 치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메디힐링(Medihealing)’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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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원작이 짧은 드라마로 재해석 되어있다. 관객은 매우 큰 스크린으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에서는 르누아르의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여 영상이나 설치 작품으로 전시했다. 관람객은 작품을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듣고, 만지고, 직접 작품의 컨셉 속으로 들어가 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감상자가 작품에 자신을 투영해 상상력을 쉽게 발휘하도록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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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과 관련된 르누아르의 그림이 모여있는 섹션. 바닥과 벽이 모두 움직이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어 생생한 느낌을 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10가지 향의 아로마 오일이다. 관람객은 마음에 드는 향을 골라 손목이나 귀 밑에 바른다. 전시를 보는 내내 은은한 아로마 향을 맡을 수 있다. 보통 배경 음악이 없는 미술 전시와는 달리 이 전시에서는 르누아르 작품 분위기에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덕분에 관람객은 오감을 모두 활용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어머니와 이곳을 방문한 이지우(21) 씨는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즐기게 된다. 작품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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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서 바르고 들어갈 수 있는 아로마 오일이다.

 

K현대미술관에서는 뮤지엄 테라피: 디어 브레인전을 2월부터 오픈 런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뇌의 휴식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브레인 필라테스’, ‘브레인 요가’, ‘브레인 피트니스등 크게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섹션의 작품들이 자극하는 감상자의 뇌 부분이 다르다. 그에 따라 관람 중 생성되는 호르몬도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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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테라피: 디어 브레인' 전시를 상징하는 '스파를 즐기는 악어' 작품.

두드러지는 특징은 총 16개의 전시물 중 대부분을 관람자가 만지거나 위치를 옮기는 등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람객은 마치 그 곳을 놀이터처럼 삼게 되고 전시 공간은 관람객까지 전시의 일부로 참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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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처럼 생긴 작품에 들어가서 앉아 TV를 볼 수 있다. 텐트 안에는 산소 생성기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작품은 쌀이 모래사장처럼 깔려있는 넓은 마당이었다.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하며, 해변에서 노는 것처럼 쌀의 느낌을 발바닥과 손으로 느낄 수 있다. 회사 근무 중 점심시간에 잠시 방문했다는 박지혜(33) 씨는 흔하지 않은 촉각을 자극받아서 인상 깊었다. 평일 낮에 힐링을 얻어 만족스러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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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쌀로 덮여있는 전시 공간. 동그란 그네를 타거나 쌀을 만지는 등 놀이터처럼 놀 수 있게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힐링 전시들은 마음의 휴식을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도심 속 휴양지가 되어준다. 바쁜 일상 중에 짬을 내어 방문하는 미술관은 치유를 선물하고 생기를 되찾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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